이번 인터뷰에서는 전통과 창작을 넘나드는 안무가 최수진을 만나보았다.
<개한테 물린 적이 있다>를 무대에 올린 소감과 그의 예술세계에 대해 귀 기울여보았다.

1. 대표님 소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수 댄스컴퍼니 대표 최수진입니다.
2.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동시대적 문제의식을 한국무용의 언어로 풀어낸 <개한테 물린 적이 있다> 작품으로 무대에 오르게 된 소감이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이번 선정이 대표님께는 어떤 책임감과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왔는지 궁금합니다.
작품<개한테 물린 적이 있다>는 6년 전부터 준비해온 작품으로 처음 대본에서부터 공연이 올라가기 직전까지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작품입니다.
현시대 사회의 모순되고 부조리 한 모습을 무대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수많은 이야기가 존재했으나, 광범위한 스토리 안에서 뽑은 시즌 1이라 생각하고 <파놉티콘, 보이지 않는 시선>이라는 부제를 통해 감시와 통제 그리고 억압이라는 키워드로 무대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3.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느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으셨나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아무래도 무용수 섭외 과정에서 장벽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크게 네 가지 정도의 이유로 인해 섭외가 힘들었는데요.
우선 각 무용단에서 청년단원을 뽑는 관계로 무용수가 많이 빠졌습니다. 각 학교에 소속되어 있는 무용수들이 많아 외부 활동에 제약이 있는 경우도 있었고, 한국무용제전, 젊은 안무가전 등 한국무용전공자들의 겹치는 출연작이 많았어요.
그리고 상반기 동아 콩쿠르, 신인 콩쿠르 등의 군 면제 남자 무용수들은 공연에 참여를 못 하는 이유가 겹치다 보니 무용수 섭외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네요.

4. <개한테 물린 적이 있다>에서 작품 말미, 객석을 향해 확장되는 시선은 관객을 또 다른 감시 구조 속에 위치시킵니다.
대표님께서는 이 장면을 통해 관객이 어떤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길 바라셨는지요?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우리 사회의 어떤 지점을 향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우리가 모두 자유롭게 살아가고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인공위성, CCTV, SNS, 은행 등 모든 부분에서 통제와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지켜보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우리에게 자유가 있을까? 과연 올바르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 모두 같이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5. 지금의 최수진 무용가를 만든 ‘결정적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 결정적 순간이 본인의 예술 세계에 어떤 방향성을 부여했는지 듣고 싶습니다.
무용을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무용계에 녹아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최고의 안무가 중 한 분이셨던 김충한 선생님과의 콩쿠르 작업 및 서울무용제 등 무용계의 굵직한 무대에 섰던 기억, 그리고 고 정재만 선생님을 통해 전통과 창작을 오고 가며 다작의 공연을 수없이 했던 기억…
성균관대학교에 들어가 제가 접하지 못했던 예중 예고 출신들의 무용하는 모습과 이홍이선생님의 카리스마 있는 몸짓이 기본 베이스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또한 국립무용단, 그리고 국수호, 배정혜, 정혜진 등 최고의 안무가들과의 작업을 통해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화려한 20대에서 40대를 수많은 연습과 공연을 해오다 박사 공부 중 외골수 같은 성격 탓에 경력이 단절되기 시작됐고, 코로나와 개인적인 지병 때문에 본의 아니게 활동이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쉬는 동안 제가 왜 무용을 하고 행복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했으며, 뭘 해야 행복한지를 찾게 됐죠.
다시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고 즐겁고 행복해지기 위해, 그리고 저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됐습니다.

6. 한국무용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할 본질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기본적으로 기본기를 바탕으로 전통의 호흡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저도 이번 작품에 컨템포러리 작업을 통해 동작 위주의 표현을 했으나 하체 중심의 호흡이 동반된 동작을 선호하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작산실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갔기 때문에 최대한 창작적인 움직임을 선택했으나 차기 작품에는 정서와 동작에 한국적 정서가 더 보이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7. 전통을 계승하는 무용가와 전통을 재해석하는 무용가 사이에서, 최수진 대표님의 정체성은 어디에 자리 잡고 있나요?
제가 생각하기에 저에게는 10년 정도 결정할 시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경기무형유산 제53호 경기검무 김근희 보유자님께 경기검무, 한량무 등 전통 춤을 배우고 있으며 한국무용 전공자로서 “내 춤 하나는 춰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예전 선생님들이 전통 춤을 기반으로 수많은 창작 작업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자란 저에게는 선택을 하기가 참 어렵지 않나 싶네요.

8. 스승님으로부터 배운 가르침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과, 그 가르침을 지금도 지키시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겸손하고 성실하게, 무엇이든 열심히 해라.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
모든 선생님들께서 원하시는 모습인 것 같고 저 또한 따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9. 무용가이자 안무가로서의 성공은 어떤 기준으로 정의하시는지 개인적인 생각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진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최고도 맛보았고, 최악도 맛본 경험을 가지고 60대에 소주 한잔 마실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 무용수로 직접 무대에 설 때와 관객으로서 객석에 앉아 있을 때의 감동은 무엇이 다르다고 느끼시나요?
무용수로서 나를 표현하고 관객들에게 찬사를 받았을 때의 희열은 어떤 누구도 표현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 기분을 아는 사람이라면 객석에서 아무리 좋은 공연을 보아도 만족하지 못할 것 같네요.
11. 안무를 구상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음악, 이미지, 그리고 감정 중에 어떤 것인가요?
이미지를 먼저 생각하고 구성을 하게 되고 그 구성이 자연스러운지 그리고 연결이 매끄러운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에 맞는 음악을 선택하게 되고 그 음악에 감정을 싣게 만드는 과정을 합니다

12. 본인이 안무한 작품을 공연할 때, 가장 엄격한 평론가는 본인인가요 관객인가요?
저는 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게 잘 나왔을 때 관객들도 같이 호흡하고 생각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3. 연습이 없는 날에는 혼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시나요? 아니면 다른 이들과 함께 여가 생활을 즐기시면서 충전하시나요?
예전엔 영화관을 무지 찾았죠. 근데 나이를 먹을수록 혼자 연습실에 있는 날이 많아지고 그게 편해지더라고요.

14. 안무를 구상하다가 엉뚱한 순간에 영감이 떠오른 적도 있나요? 예를 들면 길을 걸을 때나, 샤워하다가, 또는 잠들기 직전처럼 말이죠.
저는 영감을 얻기 위해서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가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많이 보러 다닙니다.
또한 영화를 통해 제가 경험해 보지 못한 캐릭터를 통해 대리 만족을 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15. 앞으로 10년 후, 최수진 님의 춤이 지금과 무엇이 달라져 있기를 바라십니까?
아마 전통 무용가 최수진과 안무가 최수진이 동시대에 살고 있겠죠? 욕심입니다. ㅎㅎ

16. 현재 무용계에 대해 한 가지 소망을 말하고 싶으시다면 무엇인가요?
남을 비판하기보다는 서로 응원해 주고 박수 쳐 줬으면 좋겠습니다.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대충 하는 사람도 없고, 그 무대를 만들기 위해 여러 날을 고민하며 자기와의 싸움을 하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