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댄스로그에서는 안무가이자 예술감독인 김재승을 만나 보았다.
마홀라 컴퍼니의 수장에서부터 국내 예능까지 섭렵한 그의 행보와 그만의 무용 철학에 대해 심도 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안무가이자 예술감독 김재승입니다.
전통 한국무용을 기반으로 동시대의 감각과 다양한 예술 장르를 결합한 창작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마홀라 컴퍼니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립청년무용단 총괄 기획자로서 청년 무용수들과 함께 새로운 한국 춤의 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2. 무용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린 김재승에게 춤은 어떤 존재였나요? 그동안의 무용 인생이나 춤을 배운 스승님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 저에게 춤은 세상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언어였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생각들을 몸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자연스럽게 저를 춤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움직이는 즐거움에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춤이 가진 깊은 철학과 예술적 가치에 매료되었고, 지금까지 이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제 무용 인생에는 정말 감사한 스승님들이 계십니다. 정승희 선생님, 김현자 선생님, 배정혜 선생님, 김충한 선생님, 최수진 선생님께 배우며 각기 다른 예술 세계와 춤에 대한 태도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정승희 선생님께서는 춤의 기본과 몸의 정직함을, 김현자 선생님께서는 한국춤의 깊은 정서와 호흡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배정혜 선생님께서는 전통을 바라보는 예술적 시각과 창작에 대한 열린 사고를 보여주셨고, 김충한 선생님께서는 무대 위에서 춤이 가져야 할 힘과 존재감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또한 최수진 선생님께서는 동시대적 감각과 새로운 움직임에 대한 도전 정신을 보여주셨습니다.
저는 한 분의 스승에게서 하나의 길을 배웠다기보다, 여러 스승님으로부터 다양한 예술적 영감과 철학을 배우며 성장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각기 다른 가르침들이 쌓여 지금의 저만의 춤 언어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춤은 저에게 직업이기 이전에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무대 위에서는 새로운 움직임을 찾지만, 무대 밖에서는 여전히 배움을 멈추지 않는 학생의 마음으로 춤을 대하고 있습니다.

3. 마홀라 컴퍼니를 직접 이끌고 계시는데, ‘마홀라’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와 방향성이 담겨 있나요?
마홀라(Maholra)는 히브리어에서 영감을 받은 이름으로 ‘신 앞에서 춤추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저희는 춤을 단순한 공연예술이 아니라 인간과 세상, 그리고 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연결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을 존중하되 과거에 머물지 않고, 동시대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한국 춤을 만드는 것이 마홀라 컴퍼니의 방향성입니다.
4. 부부가 함께 무용단을 운영한다는 점도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함께 작업할 때 가장 큰 힘이 되는 점과, 반대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힘은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작품을 만들면서 겪는 고민과 창작의 기쁨을 깊이 공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어려운 점은 일과 삶의 경계가 흐려질 때가 있다는 것인데요. 집에서도 작품 이야기를 하게 되고, 창작에 대한 고민이 계속 이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서로가 가장 든든한 동료이자 파트너라는 점이 더 큰 힘으로 작용합니다.
5. 아내 장윤나 님 역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무용가이신데, 서로에게 가장 큰 자극이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같은 예술가 부부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서로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거나 무대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자극을 받습니다. 익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매번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예술가 부부로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의 꿈을 응원하면서도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쟁이 아니라 동반자로서 서로의 가능성을 확장해 주는 관계에 가깝습니다.

6. ‘COREO’는 국내 최초로 무용가들을 위한 레이블 회사로 알려져 있는데, 어떤 역할과 비전을 가진 단체인지 궁금합니다. 또, COREO의 디렉터로 함께하게 된 계기와,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COREO는 무용가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창작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연 제작뿐 아니라 아티스트 브랜딩과 콘텐츠 개발 등 무용 생태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무용가들이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공감했고, 그 비전에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무용계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책임감과 기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7.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한국무용 코치로 참여하시면서 대중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셨는데요, 참여하신 것에 대한 느낀 점이 궁금합니다. 또,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이 한국무용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동안 한국무용은 어렵고 낯선 예술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분들이 한국무용의 매력과 무용수들의 노력에 관심을 가지시는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무용이 전통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예술이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대중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8. 요즘 젊은 무용수들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점과, 가장 기대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필요한 것은 자신만의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은 배울 수 있지만 자신이 왜 춤을 추는지에 대한 질문은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반면 가장 기대되는 점은 두려움 없이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입니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고 다양한 매체와 협업하는 젊은 무용수들의 감각은 한국무용의 미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9. 본인은 자신의 춤 언어를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저는 저의 춤 언어를 ‘전통의 현재화’라고 표현합니다.
전통은 과거의 형식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몸을 통해 새롭게 살아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춤의 호흡과 정서, 기운은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과 구조를 통해 새로운 움직임 언어를 만들고자 합니다.
10. 최근 선보인 창작산실 쇼케이스 <소리의 몸> 작품은 제목부터 굉장히 감각적입니다. 김재승 님에게 “소리가 몸을 가진다”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우리는 흔히 소리를 귀로만 듣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몸 전체로 느끼고 있습니다.
<소리의 몸>은 목소리와 숨, 진동이 신체를 통과하며 하나의 움직임이 되는 과정을 탐구한 작품입니다. 저에게 소리가 몸을 가진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감정과 기억이 몸을 통해 물질화되는 순간을 의미합니다.
11. <곧, 곳, 곶>에서는 전통 춤의 ‘기(氣)’와 일렉트로닉 음악이 만나 굉장히 독특한 호흡과 에너지를 만들어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감각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두 장르의 차이보다 공통점에 집중했습니다.
굿판의 반복과 몰입, 그리고 일렉트로닉 음악의 비트가 가진 집단적 에너지는 생각보다 매우 닮아 있습니다. 관객이 이성을 넘어 감각적으로 빠져드는 경험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12. <곧, 곳, 곶>이라는 제목 안에는 각각 어떤 상징과 의미를 담고 싶으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곧’은 다가올 미래와 존재의 방향성, ‘곳’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기억의 자리, ‘곶’은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경계이자 현실과 비현실의 접점을 의미합니다.
결국 이 작품은 인간이 자신의 내면과 만나고 삶의 흔적을 마주하는 하나의 의식(儀式)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3. 제1회 국립청년무용단 정기공연 <일원(一圓)>의 총괄 기획자를 맡으셨는데, 이 공연을 통해 가장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일원>은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순환의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태양과 달, 물과 불, 인간과 자연처럼 서로 다른 존재들이 결국 하나의 원 안에서 연결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경쟁보다 공존, 분리보다 연결의 가치를 이야기하고자 하였습니다.
14. 국립청년무용단은 어떤 취지와 방향성을 가진 단체인가요?
국립청년무용단은 청년 무용수들이 창작과 실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전통을 기반으로 하되 새로운 시대의 감각을 담아낼 수 있는 청년 예술가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입니다. 청년 무용수들과 작업하면 예상하지 못한 에너지와 창의성을 만나게 되는데, 그것이 이 단체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15. 작품 <신아위>를 다시 꺼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가장 크게 변화했다고 느끼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신아위>는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아가는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7년이 지난 지금 다시 작품을 돌아보니 당시보다 더 복잡하고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 작품의 메시지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예전보다 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창작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16. 안무를 만들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왜 이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가?’, ‘지금 이 시대에 어떤 이야기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먼저 생기고, 그 질문에 맞는 움직임과 음악, 공간이 따라옵니다.
결국 움직임은 생각과 감정이 몸으로 드러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17. 김재승 님만의 창작의 원동력이 있다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힘은 호기심입니다.
인간은 왜 살아가는가, 왜 사랑하고 갈등하며 희망하는가 같은 질문들에 대한 궁금증이 늘 있습니다. 작품은 결국 그 질문에 대한 저만의 방식의 답변입니다.
그리고 아직 표현하지 못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 저를 계속 창작하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